[한국야구]‘삐끼삐끼 이행’ KIA 이범호 감독, 제2의 고향 광주서 최고의 환희 만끽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광주에서 최고의 환희를 만끽했다.
KIA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7-5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KIA는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통합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한 KIA는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도 이어갔다. 37년 만에 광주 홈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축포를 터뜨린 KIA 선수단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며 눈물을 훔쳤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을 이끈 이범호 감독.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 전 감독에 이어 부임 첫해 우승을 이끈 역대 세 번째 감독이 된 이범호 감독은 헹가래를 받고 내려와 가볍게 ‘삐끼삐끼’ 춤을 추며 ‘공약’을 이행했다. 함께 춘 선수들은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팬들은 환호하며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이범호 감독은 “광주에서 꼭 우승 축포를 터뜨리고 싶었는데 꿈이 이뤄져 정말 기쁘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도 이 자리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까지 오는 과정은 험난했다. 1군 타격코치로 시즌을 준비하던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도중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김종국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경질됐고, 이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다.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부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 감독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한 뒤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감독의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 ‘형님 리더십’으로 탁월한 소통 능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어떤 의견도 다 들어보겠다”며 열린 자세로 선수들을 존중한 이 감독은 푸근한 리더십으로 신뢰를 쌓았다.
마냥 푸근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경고성 메시지도 강하게 던졌다. 어이없는 실책을 했을 때는 경기 중 과감하게 교체를 지시했고, 베테랑 투수라도 상황에 따라 마운드에서 조기 강판시키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더그아웃 구석에서 해당 선수들과 ‘백허그’ 등으로 위로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투수’ 양현종도 인정한 리더십이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고를 거친 이범호 감독에게 광주는 이제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200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범호 감독은 2010년 일본 소프트뱅크를 거쳐 KIA 유니폼을 입고 국내에 복귀했다. 2011년 KIA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며 ‘캡틴’이 되기도 했다. 2017시즌에는 팀의 베테랑으로 통합 우승 순간을 경험했다. 당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를 부르는 만루홈런도 터뜨렸다.
이범호 감독은 “광주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려왔고, 14년 동안 선수로 지도자로 생활하고 있다. 광주에서 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도자 생활 포함 야구 인생 중 가장 오랜 시간을 광주에서 보낸 이범호 감독은 “아이들 둘 모두 광주에서 낳았다”며 광주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꿈을 이룬 이범호 감독에게 광주는 야구를 넘어 인생에서도 고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왕조’라는 더 큰 꿈을 위해 나아가는 이범호 감독이 또 ‘광주 피날레’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